2010. 3. 8. By Hong
8일 9시 뉴스가 심상치 않다. MBC와 KBS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종일 있었던 뉴스 가운데 가장 큰 뉴스는 바로 한명숙 전 총리의 첫 공판 뉴스다.
지난해 말 연일 언론에서 대서특필됐고, 한 전 총리가 검찰 출두 될 당시에는 당일 9시 뉴스 탑 기사로 보도됐었다. 한 전 총리의 혐의는 대한통운 전 사장인 곽영욱씨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인데 이게 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당시 관련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 안팎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안다.
그런데 그렇게 커다랗던 뉴스가 막상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이 열린 8일에는 간데 없다. 이날 9시 뉴스를 기준으로 MBC와 KBS는 모두 톱 기사로 부산 여고생 피살사건을 다뤘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문제고 용의자 김모씨가 이전에도 두번이나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는 보도다. 각 사별로 3~4개의 꼭지로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날 기사에서 이상했던건 바로 이 부분 부터였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한 살인 사건에 대해 비중있게 관련 언급 내 놓은 것. 청와대 발로 실린 이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있었던 회의에서 부산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직접 검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일개 잡범을 잡으라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우습다. 하긴 재작년에 아동 성폭행 피의자를 놓친 경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산 경찰서를 방문 호통을 친 사건도 있으니 이 정부만의 쇼맨십 정도로 간과 할 수 있겠다. 흠... 아니다... 아무래도 이 정부는 쇼맨십이 너무 과잉하시다.
암튼 사실 이날의 최대 기사는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어떤 말을 했는지, 또는 어떤 근거자료를 댔는지 등이 당연히 최대의 관심사여야 한다. 이는 한 전총리가 차기 서울 시장 후보로 올라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검찰이 그간 기자들의 갖은 우려에도 무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감행한 한 데 따른 보충 설명도 있을 터였다. 그래서 흥미 진진한 기사가 될 터.
그런데 이날 확인결과 MBC는 9시 뉴스 시작 이후 37분이 지난 후에야 한 전 총리에 대한 뉴스를 간략히 실었다. 사실상 보도하지 않은 것과 진배 없는 셈이다. 한 전 총리보다 먼저 다뤄진 기사들 가운데는 어이없는 기사들도 많다. 예를 들어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바타를 제치고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겪는 사건들을 영화로 만든 '허트 로커'가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 또는 칠레에서 있었던 지진사건을 두고 칠레 방송이 나서서 사상 최대 모금액인 600억원을 모금한 것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고, 본인은 정치 목숨을 걸고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 전 총리의 주장과, 검찰의 유죄 입증을 사이에 둔 흥미 진진한 기사는 모두 타국의 어쭙잖은 기사들에 묻혀 한켠으로 밀려난 것이다.
KBS는 이날 한 전 총리의 기사를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유죄를 자신한다고 하지만 이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의 대응태도는 한심하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자녀들을 유학 보낼 때 환전한 기록이 없다. 기록이 없으므로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5만달러를 쓴 것 아니냐. 관련 자료를 내놔라"고 추궁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검찰이 찾다찾다 발견한게 한 전총리가 환전한 기록이 없다는 것인가. 환전 기록이 없는 것을 문제 삼고 싶었다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할 일이지 왜 엉뚱한 뇌물죄 기소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막강 파워 한국 검찰이 유죄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떠넘기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재판부도 이렇게 주장하는 검찰에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일언지하에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첫 공판에선 한 전 총리가 점수를 딴 듯하다.
이외에도 검찰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바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재판부가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 판례상 피의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없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된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물증은 전무한 상태고, 거의 유일한 증거가 곽 전 사장의 진술이라면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유무죄 판단의 핵심요소가 된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 첫 출석했을 때 몸조차 가누지 못할 만큼 극심한 건강 장애를 겪고 있었다. 곽 전 사장은 심장 스텐트 수술을 검찰 수사 직전 두번이나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몸 건강은 물론 이어지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심신은 극히 쇠약해졌고, 한 전 총리와의 대질 신문에서 곽 전 사장은 곁에 앉은 검사에게 "검사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70이 다된, 극심한 건강이상을 보이고 있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법원에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한 전 총리측은 앞으로 있을 공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강도높게 재판부에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있을 현장 검증도 관심사다. 오는 22일 검찰과 변호인측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총리 공관에서 현장 검증을 시행할 방침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검찰은 커다란 난관 하나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의전. 통상 총리 공관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식당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은 총리다. 대한민국에서 총리보다 높은 사람은 대통령 뿐.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사람이 제일 먼저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은 상식 수준의 일이다. 그런데 곽 전 사장은 한 전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나간 다음 한 전 총리와 두명이 있을 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통상의 의전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다행히 이병순 체제의 KBS란 것이 워낙에 훌륭하기 때문에 KBS를 즐기시는 시청자들에겐 검찰의 개망신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ㅎㅎ
KBS는 7일(일요일) 오후께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해 "KBS의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 30년동안 수신료 인상을 안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류의 속이 빤히 보이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8일 오후 9시 뉴스의 작태를 보면 100년은 수신료 인상을 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오는 11일에는 한 전 총리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KBS는 기억해뒀으면 한다.
8일 9시 뉴스가 심상치 않다. MBC와 KBS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종일 있었던 뉴스 가운데 가장 큰 뉴스는 바로 한명숙 전 총리의 첫 공판 뉴스다.
지난해 말 연일 언론에서 대서특필됐고, 한 전 총리가 검찰 출두 될 당시에는 당일 9시 뉴스 탑 기사로 보도됐었다. 한 전 총리의 혐의는 대한통운 전 사장인 곽영욱씨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인데 이게 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당시 관련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 안팎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안다.
그런데 그렇게 커다랗던 뉴스가 막상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이 열린 8일에는 간데 없다. 이날 9시 뉴스를 기준으로 MBC와 KBS는 모두 톱 기사로 부산 여고생 피살사건을 다뤘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문제고 용의자 김모씨가 이전에도 두번이나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는 보도다. 각 사별로 3~4개의 꼭지로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날 기사에서 이상했던건 바로 이 부분 부터였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한 살인 사건에 대해 비중있게 관련 언급 내 놓은 것. 청와대 발로 실린 이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있었던 회의에서 부산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직접 검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일개 잡범을 잡으라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우습다. 하긴 재작년에 아동 성폭행 피의자를 놓친 경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산 경찰서를 방문 호통을 친 사건도 있으니 이 정부만의 쇼맨십 정도로 간과 할 수 있겠다. 흠... 아니다... 아무래도 이 정부는 쇼맨십이 너무 과잉하시다.
암튼 사실 이날의 최대 기사는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어떤 말을 했는지, 또는 어떤 근거자료를 댔는지 등이 당연히 최대의 관심사여야 한다. 이는 한 전총리가 차기 서울 시장 후보로 올라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검찰이 그간 기자들의 갖은 우려에도 무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감행한 한 데 따른 보충 설명도 있을 터였다. 그래서 흥미 진진한 기사가 될 터.
그런데 이날 확인결과 MBC는 9시 뉴스 시작 이후 37분이 지난 후에야 한 전 총리에 대한 뉴스를 간략히 실었다. 사실상 보도하지 않은 것과 진배 없는 셈이다. 한 전 총리보다 먼저 다뤄진 기사들 가운데는 어이없는 기사들도 많다. 예를 들어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바타를 제치고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겪는 사건들을 영화로 만든 '허트 로커'가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 또는 칠레에서 있었던 지진사건을 두고 칠레 방송이 나서서 사상 최대 모금액인 600억원을 모금한 것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고, 본인은 정치 목숨을 걸고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 전 총리의 주장과, 검찰의 유죄 입증을 사이에 둔 흥미 진진한 기사는 모두 타국의 어쭙잖은 기사들에 묻혀 한켠으로 밀려난 것이다.
KBS는 이날 한 전 총리의 기사를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유죄를 자신한다고 하지만 이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의 대응태도는 한심하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자녀들을 유학 보낼 때 환전한 기록이 없다. 기록이 없으므로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5만달러를 쓴 것 아니냐. 관련 자료를 내놔라"고 추궁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검찰이 찾다찾다 발견한게 한 전총리가 환전한 기록이 없다는 것인가. 환전 기록이 없는 것을 문제 삼고 싶었다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할 일이지 왜 엉뚱한 뇌물죄 기소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막강 파워 한국 검찰이 유죄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떠넘기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재판부도 이렇게 주장하는 검찰에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일언지하에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첫 공판에선 한 전 총리가 점수를 딴 듯하다.
이외에도 검찰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바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재판부가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 판례상 피의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없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된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물증은 전무한 상태고, 거의 유일한 증거가 곽 전 사장의 진술이라면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유무죄 판단의 핵심요소가 된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 첫 출석했을 때 몸조차 가누지 못할 만큼 극심한 건강 장애를 겪고 있었다. 곽 전 사장은 심장 스텐트 수술을 검찰 수사 직전 두번이나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몸 건강은 물론 이어지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심신은 극히 쇠약해졌고, 한 전 총리와의 대질 신문에서 곽 전 사장은 곁에 앉은 검사에게 "검사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70이 다된, 극심한 건강이상을 보이고 있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법원에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한 전 총리측은 앞으로 있을 공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강도높게 재판부에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있을 현장 검증도 관심사다. 오는 22일 검찰과 변호인측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총리 공관에서 현장 검증을 시행할 방침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검찰은 커다란 난관 하나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의전. 통상 총리 공관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식당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은 총리다. 대한민국에서 총리보다 높은 사람은 대통령 뿐.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사람이 제일 먼저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은 상식 수준의 일이다. 그런데 곽 전 사장은 한 전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나간 다음 한 전 총리와 두명이 있을 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통상의 의전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다행히 이병순 체제의 KBS란 것이 워낙에 훌륭하기 때문에 KBS를 즐기시는 시청자들에겐 검찰의 개망신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ㅎㅎ
KBS는 7일(일요일) 오후께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해 "KBS의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 30년동안 수신료 인상을 안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류의 속이 빤히 보이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8일 오후 9시 뉴스의 작태를 보면 100년은 수신료 인상을 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오는 11일에는 한 전 총리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KBS는 기억해뒀으면 한다.

최근 덧글